물속 사람들 / 강 보철
장인자 2024-01-16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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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복이 덮은 하얀 눈
눈 가는 곳마다 소란스럽던 
자드락길 
발자욱마다 남겨진 이야기들로
숨은 것과 숨긴 것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허튼 꿈인가 
손발 부르트게 일군 곤궁하던 시절 
저리는 가슴 찬바람에 에인다

가쁜 숨, 잠시
언 몸 녹여가는 산마루 주막
난로 위 주전자가 뿜어내는 봄기운
삐꺽, 산바람에 흩어지고
군불 때는 가마솥
뜨끈한 부뚜막 위  칠 벗은 소반
아랫목 깊숙이 주발 밥 묻는다

옹기종기 모여 살던 고향 마을
처마 밑 새끼들 아우성은 
계곡 따라 차오르는 물속으로
눈 녹으며 남겨지는 발자욱
죽령천 노니는 쏘가리가 부러워
바람 소리, 물소리에
아버지의 이야기는 아들에게
깊은숨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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