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혜경의 문화칼럼 19. 세대의 벽 허물기 손남호 2013-07-08 23:57 가 본문내용 확대/축소 본문 우리는 점점 젊은이들에게 밀려나고 있었다. 사고(思考)는 물론이고, 정보, 지식, 언어, 감각까지... 그들은 우리의 경험이나 연륜을 필요로 하지 않는 듯 질주한다. 이제는 순발력 있게 그들의 트랜드를 쫓아가지 않으면 대화마저 단절될 위기이다. 공연을 만들고, 강의를 하는 한 사람으로서, 젊은이들의 취향을 읽는 것은 언제나 절박한 숙제이다. 그들은 격식있는 클래식보다는 뮤지컬이나 크로스오버를 찾고, 진로에서의 이탈이나 실험정신을 추구하고 있다. 교과서대로 살아온 나로선 매우 낯설고 숨차기만 하다. 그래도 나름대로 귀동냥을 해서라도, 곁눈질을 해서라도 소외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20대인 딸은 그래서 나에겐 네비게이션 같은 존재이다. 딸이 어느 날, “꽃보다 할배”라는 TV 프로그램을 함께 보자고 했다. 세대를 통털어 요즘 시청률 최고란다. 처음엔 다운로드 해서 봤으나 어느덧 본방을 사수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칠순이 넘은 어르신들이 배낭여행에서 겪게 되는 좌충우돌 여정을 보여주는 내용인데, 재미있었다. 그런데 이게 왜 젊은이들의 관심까지 끌었을까. 제목 그대로 할배들의 여행이 뭐그리 신선한 것도 아니고, 달나라를 간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것은 첫째, 몸으로 보여준 재미이다. 둘째는 꾸미지 않은 교훈이기 때문이며, 셋째는 고행으로의 노출이다. 즉, 어른= 잔소리 또는 설교라는 등식을 통쾌하게 깨버리는 시간인 것이다. 인기 연예인들이지만 호화스럽지 않게, 젊은이들과 같은 검소한 배낭여행에서 시행착오를 겪고, 고생하며 낯선 곳에 적응해가는 과정이 공감대를 불러일으킨 것. 이것이 성공 요인으로 보인다. ‘어른들도 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만능박사도 아니며, 늘 지갑이 두둑한 것도 아니다, 체면이 구겨지고 자존심이 곤두박질 치는 상황도 누구에게나 똑같이 닥친다’는 것을 젊은이들이 재미나게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 것이다. 박장대소하며, 심지어 조롱하며 봐도 나무랄 사람 없으니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여행에서 벌어지는 실수들, 몸으로 체험하는 교훈, 이런 것이 공감대가 아닌가. “말이 필요없음”을 느끼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노파심이나 염려라는 단어가 여기서는 통하지 않는다. 그냥 함께 즐기고 재미있으면 그만인 시간, 그러나 끝나면 여운이 남는 장면들, 은근하게 전해지는 교훈.... 이제 알았다. 어른이라고 해서 가르치려고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함께 느끼고 부대끼면 그것이 가르침이라는 것을. 세대 간 문화의 벽을 허물려면 이것이 전재되어야겠다. 진실을 나누면 통한다는 것을 어른들부터 깨우쳐야겠다. 윤혜경 / 음악 칼럼니스트, 뮤직필 대표 손남호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목록 댓글목록 이전글 윤혜경의 문화칼럼 20.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혁명 13.07.22 다음글 수지선관위, 공동주택 대표자 등 선거의 중요성 13.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