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혜경의 문화 칼럼 15, 비움의 미덕 손남호 2013-04-30 01:37 가 본문내용 확대/축소 본문 ‘그림에선 여백, 음악에선 쉼표가 있어 아름다움을 더한다’는 말이 있다.‘최고의 인테리어는 노 퍼니처(No Furniture)’ 라는 말도 있다.예술에서도 빈 공간, 여백이 있는 것이 좋고, 쉼 없이 달리는 것보단 호흡 고를 시간이 있는 것이 더 아름답다는 이야기다. 새까만 콩나물대가리로 빼곡한 악보에도 쉼표가 있고, 정지표도 있다. 쉬어가라는 지시를 어기면 작품은 엉망이 된다. 성악에선 공명(共鳴)을 사용하여 편하게 발성하고 노래를 잘 하게 된다. 악기도 비어 있기 때문에 울린다. 속이 꽉 찼다고 소리를 내는 게 아니다. 바이올린, 첼로 등 현악기는 물론이고 관악기, 건반악기도 모두 속이 비어있다. 악기가 소리를 내는 데에도 비움의 미덕이 있다. 비움은 곧 울림이요, 자기 외침이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굳이, 박 서울시장의 ‘비움의 행복’까지 인용하지 않더라도 수시로 비워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불필요한 것들을 비워야 자기 소리가 난다. ‘비움’이 있어야 ‘채움’이 있고, 비워야 비로소 내면의 자기 소리를 낼 수 있다. 내면의 외침과 신음을 듣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불행한 일인지 사람들은 잘 모른다. 선인들은 ‘비움’에도 연습이 필요하다고 설파했다. 대한민국이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람보다 자살로 사망하는 사람이 1.5배 더 많다는 통계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열심히 달리다가도 한 번쯤, 하늘을 올려다보는 여유를 갖자. 멀리서 일터와 가정을 조망하는 시간도 갖자. 그동안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했던 것을 보고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마음과 머리를 비움으로 해서 느끼는 행복도 체험하게 될 것이다. 모든 것이 풍족하고 아쉬울 것이 없는 사회, 반면 치열한 경쟁 사회에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비움의 미덕’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비워야 비로소 나도 보이고, 이웃도 보인다. 오늘 밤엔 마스네의 “타이스 명상곡”을 들으며 생각을 비워보자. 윤혜경 / 음악 칼럼니스트, 뮤직필 대표 손남호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목록 댓글목록 이전글 윤혜경의 문화칼럼 16, 명품 악기가 주는 교훈 13.05.14 다음글 윤혜경의 문화칼럼 14, 찌질이와 벤댕이 13.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