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혜경의 문화칼럼 10, 가정의 문화화(文化化)
손남호 2013-02-26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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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예술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그야말로 감정이 메마르고 성격은 거칠어지고 난폭해지는 무서운 세상이 될것이다. 모든 예술이 다 그러하겠지만 그 중에서 음악만큼 우리에게 감동과 영향력을 주는 장르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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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우리 인간의 감정, 성격의 문제뿐만 아니라 동식물의 성장, 나아가 인간의 신체적인 성장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여러 연구가들이 이미 증명하였고, 또 증명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의 음악적 감수성이 풍부하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지금보단 훨씬 좋았을 것이다.

 

좋은 음악은 총명한 아이를 만든다. 그리고 음악은 인간의 영혼을 어루만져주는 역할을 한다. 위로하고, 힘을 주고, 함께 슬퍼하기도 한다. 이런 음악이 왜 상처를 입히고, 기운 빠지고, 좌절하게 만드는가. 불행하게도 우리 사회는 음악의 미학적인 면보다는 학습적인 면이 사람들의 관심을 더 끌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로 경쟁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영국에서 부모가 아들의 휴대폰을 압수하는 바람에 십 대 모범생이 자살하는 사건이 있었단다. 평소 말썽쟁이도 아니고 모범생이었던 아들을 믿지 못한 그 어머니는 평생 후회할 행동을 한 것이다.

 

인생이 컴퓨터처럼 재부팅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모자(母子)가 함께 건너지 말아야 할 강을 건너고 말았다. 속사정까지야 우리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부모들은 자녀를 잘 모르기도 하거니와 이해하려는 노력도 안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모든 것이 너무 입시로 치닫고, 세상에서의 성공과 출세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자녀를 ‘자랑거리’로 삼고자 하는가? 아니면 자신이 못다 이룬 꿈을 자녀를 통해서 이루고 싶은가? 아니면 진정으로 자녀의 행복을 추구하여 재능을 개발해 주고 싶은 것인가?

 

그러려면 먼저 가정이 문화화(文化化) 되어야 한다. 문화화란 특별히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단순히 음악적 환경에 노출된 것만으로 뇌가 음악을 학습하는 것을 뜻한다.

 

음악적 문화화는 자녀가 음악을 수용할 수 있도록 지적 기능을 개발시키기 위한 것인 반면에, 음악 훈련은 악기 연주, 노래, 작곡 등의 실질적, 특별한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우리는 부모로서 자식의 두뇌가 자랄 수 있도록 풍성한 경험을 끊임없이 그리고 많이 제공해야 한다. 그런 경험이 바로 음악이다. 맨 처음 음악을 접하는 것은 보통 가정에서 시작된다.

 

다행인 것은 부모가 음악가일 필요도, 음악을 전공할 필요도, 자녀에게 양질의 음악을 소개할 필요도 없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자녀가 음악을 접하도록 하는 이 사랑의 배려는 사회적으로, 지적으로, 신체적으로, 정서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자녀들에게 부모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교육에서부터 이젠 사회와 직장에까지 그 영역이 확대되어가고 있다. 즉, 자녀들의 직장 또한 부모의 선호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에 현대엔 헬리콥터 부모(헬리콥터처럼 자녀 주변을 맴돌며 사사건건 개입하는 부모)까지 생겨났다고 한다.

 

이들은 자녀를 원하는 직장에 입사시키려고 사교육으로 학벌·영어성적 등 ‘스펙’을 만들어주는 것은 물론 급할 때는 인맥까지 총동원해 좋은 직장에 취업시켜 준다. 부자·엘리트 부모에게는 다른 계층의 부모와 달리 직업 지위 세습을 위한 뭔가 특별한 전략이 있다는 얘기다.

 

자녀에게는 이런 전략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제도권 교육에 진입하기 훨씬 이전부터 가정에서 정서적, 지적으로 건강한 영향을 주는 것, 즉 문화권 속에서 자라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음’이다. 조기교육도, 사교육도, 열성적인 뒷받침도 이보다 중요하진 않다. “우린 너를 믿는다.” 부모의 이 한 마디는 위대한 자질과 능력까지도 끌어낸다.

 

이래서 ‘성공적인 가족은 정서적으로 균형이 잡힌 가족, 문화를 공유하는 가족’이라는 말도 나왔을 터이다.

 

윤혜경 / 음악 칼럼니스트, 뮤직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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