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혜경의 문화칼럼 8, 빨리빨리’를 버리자 손남호 2013-01-29 10:12 가 본문내용 확대/축소 본문 . 동화작가 안데르센은 매우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도 다니지 못했으며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에게 학대를 당하며 자랐다. 그러나 그런 역경 속에서도 늘 다락방에 누워 행복한 상상을 즐겼다. 아버지는 좋은 사람이고 집이 가난한 것은 축복이라고 되뇌이면서. 그는 머리 속에 떠오르는 단편들마다 기록하는 습관을 들였고, 조금씩 조금씩 그의 상상들은 작품이 되어갔다. 드디어 동화작가로 명성을 얻었을 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생각해 보니 나의 역경은 정말 축복이었습니다. 가난했기에 ‘성냥팔이 소녀’를 쓸 수 있었고, 못생겼다고 놀림을 받았기에 ‘미운 오리새끼’를 쓸 수 있었습니다.” 그의 긍정적인 태도가 성공을 부른 것이다. 세계의 유명한 걸작품들도 쉽게 탄생된 것은 하나도 없다. 걸작들이 문화를 빛냈고, 그 탄생 경로는 우리를 숙연하게 만든다.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은 6년에 걸쳐, ‘베드로의 순교’는 8년 만에 만들어졌다. 세계적인 건축가 가우디의 ‘옥수수 성당’은 1882년에 착공되어 120여년이 지난 지금도 조금씩 완성되어가고 있다. 주문왕은 은나라 감옥에 갇혀 있는 동안 주역을 만들었고, 좌구명은 한쪽 눈이 실명되고 나서부터 국어를 쓰기 시작했다. 손자는 다리가 잘리는 형벌을 받고 나서 손자병법을 완성했으며, 음악의 아버지 바흐는 감옥에 갇혀있는 동안 그 유명한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을 작곡했고, 바그너는 채권자들에게 쫓기는 중에 오페라 <로엔그린>을 썼다. 정약용은 귀양 가서 500여 권의 저서를 남겼고, 사마천 역시 치욕스런 궁형을 받고 나서 위대한 사기를 완성시킬 수 있었다. 소설가 박경리 선생은 1969년에 ‘토지’ 집필을 시작해 25년 만에 거대한 마침표를 찍었다. 인스턴트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은 어떠한가. 클릭 한 번으로 모든 정보를 얻고 숙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패스트푸드를 좋아하며 사이버 공간에서 자유자재로 원하는 것을 얻는다. 공연이나 영화 티켓도 안방에서 인터넷으로 주문이 가능하며, 모든 것이 쉽고 빨리 해결되는 세상이다. 요즈음 아이들에게 헝그리 정신이 부족하다며 혀를 차는 부모들조차 “빨리빨리”를 외치며 급한 성과를 촉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문화야말로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으며 예술의 여정은 더더욱 끝이 없음을 어른들부터 인지하여야겠다. 자신이 존경하는 음악가의 공연을 보기 위해 마차도 없이 400Km나 걸어서 공연장에 갔다는 그 옛날의 음악가들이야말로 진정한 예술인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윤혜경 / 음악 칼럼니스트, 뮤직필 대표 손남호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목록 댓글목록 이전글 윤혜경의 문화칼럼 10, 가정의 문화화(文化化) 13.02.26 다음글 윤혜경의 문화칼럼 7, 선생님과 교수님 13.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