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혜경의 문화칼럼 5, 문화적 뿌리, 즐거움의 원천은?
손남호 2012-12-22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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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마음이 지쳤을 때 음악을 듣거나 그림&사진을 감상하거나, 봉사, 여행으로 지친 마음을 환기시킨다고 한다. 낮잠으로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방법, 맛있는 음식을 먹는 방법도 인기가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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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습관적으로 음악을 듣는다. 분석하며 들을 때도 많다. 때로는 알 수 없는 분노를 느낄 때도 있고, 작곡가에 대한 존경심으로 목이 뜨거워질 때도 있다. 가끔은 아예 음악을 떠나서 살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러나 나에게 ‘음악’은 곧 ‘일’이기 때문에 갈등이 심할 때도 있다. 변덕도 부리고, 일희일비(一喜一悲) 하는가 하면 배신도 하고, 배신감을 느끼기도 했었다.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길 만큼 감격스러운 순간이 있는가 하면, 클래식이 소음이라고 독설을 퍼부을 때도 있었다.

 

연애도 그렇지 않은가. 매일 보면 싸우다가도 떨어져 있으면 보고 싶고, 그리워지는... 그래서 나는 음악과 타협하고 싶을 때 여행을 떠난다. 일터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환경에서 넉넉한 마음으로 음악을 감상하고, 일을 계획하다 보면 음악가들에 대한 앙금도 사라지는 듯하다. 그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드는 생각은 ‘시간의 위대함’이다.

 

세월은 그저 흐르는 게 아니다. 흔적을 지우기도 하고, 새로운 흔적을 남기기도 하고, 그 세월 속에서 음악은 나에게 뿌리를 내렸고, 결국 음악은 나의 문화적 뿌리가 된 것이다. 클래식과 다른 장르와의 밸런스, 뿌리의 견고함이 아직 숙제로 남아 있긴 해도 이별은 없을 것이다. 내 마음을 환기시키는 수단이 되지는 못해도 그 뿌리로 말미암아 음악 사랑은 지속될 것이다.

 

연말이 되어 모두들 자신을 돌아보며 자성의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그러나 반성이 심화되어 자신을 학대할 필요는 없겠다. 오히려 자랑스러운 부분이 무엇인지, 앞으로 자랑할 덕목으로 발전시킬 부분이 무엇인지 찾아보는 시간이 더 의미 있을 것 같다. 나의 라이프 스타일은? 문화적 뿌리는? 즐거움의 원천은?

 

과거 우리의 선조들처럼 경제적 활동의 기반, 삶의 신조와 태도 등에 몰입하기에는 이제 우리의 삶이 너무 길어졌다. 수명이 연장되었다는 얘기다. 경제 활동을 마치고 살아내야 할 시간을 어떻게 의미있고 행복하게 채울 것인가도 생각하며 살아야겠기에 문화는 우리 삶에서 소중한 부분이 되었다.

 

인간도 진화하고 사회도 진화하지만 뿌리가 변하진 않는다. 나의 건강하고 모범적인 라이프 스타일이, 문화적 뿌리가 나의 후세들에게 유산으로 물려질 것이기에 더더욱 소중하다.

 

윤혜경/ 음악 칼럼니스트, 뮤직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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