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좋은 시민(good citizen)’이란 무엇인가?
용인인터넷신문 2010-04-28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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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흥구 선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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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민(good citizen)’이란 무엇인가? 특히 선거과정에서 좋은 시민이란 전국적, 지역적 수준의 선거에서 인물과 정책대안에 대해 최종적인 선택을 내리는 헌법에 보장된 ‘신성한’ 권리들 중의 하나인 투표권을 정당하게 행사하는 유권자일 것이다.

 

그러나 좋은 유권자가 되기 위해서는 주어진 한 표를 정당하게 행사한다는 것 이외에도 한국의 현실적인 정치·선거문화의 경험으로부터 나오는 몇 조건들을 충족시켜야 한다. 예컨대, 인물보다는 정책에 의한 선택을 하여야 한다거나, 여전히 병폐로 여겨지는 지역주의에 의한 선택을 해서는 안 된다거나, 지방선거와 관련하여서는 중앙정치의 문제들보다는 지역의 현안문제들을 중심으로 판단하고 선택하여야 한다는 등이다.

 

한마디로 좋은 유권자가 되기 위한 조건은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투표참여, 그리고 감정적이기보다는 인지적이고 평가적인 선택을 통해 신성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정치선거문화를 볼 때, 선거과정에서 좋은 유권자가 되기란 평상시에 좋은 시민으로 살기보다 더 힘들 것 같다.

 

각종 선거가 끝나면, 유권자의 투표참여와 결과에 대한 다양한 분석들이 뒤따른다. 낮은 투표율의 원인과 투표율 제고를 위한 방안들, ‘지방선거에 지방이 보이지 않는’ 원인들, 선거 결과 지역적 편차를 보이는 원인 등에 대한 분석, 토론, 연구발표가 끊이질 않는다.

 

이러한 과정에서 드러나는 수사(rhetoric)들의 이면에는 대부분의 유권자들이 비자발적이고 정치지식이 낮은 사실상의 ‘나쁜 시민(bad citizen)’으로 간주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물론 나쁜 시민이라 직접적으로 드러내놓고 얘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오래 전부터 좋은 유권자들이 되도록 설득하고 유도하는 노력들이 있어왔다. 최근에 인상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과거에 투표참여를 국민의 신성한 권리임을 강조하던 시각에서 유권자의 의무임을 강조하는 시각으로 방향이 바뀌어가는 분위기이다.

 

어쨌든 유권자의 투표참여, 즉 투표율을 제고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향후에는 낮은 투표율은 정당정치의 위기, 나아가 한국 대의제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논리 선상에서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유도하기 위해 의무투표제라도 도입할 분위기이다.

 

바로 이 시점에서 우리는 낮은 투표율을 초래한 본질적인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라는 문제를 간과할 수 없다. 장기적인 경향인 투표율의 저하, 되풀이되어 온 인물본위의, 지역편향적인 유권자의 선택, 지방선거에서의 중앙정치 의존적 선택의 원인을 알아야 향후 유권자들의 자발적이고, 소신 있는 투표참여와 선택을 위한 동기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국내의 언론, 학자, 정치인들 대부분은 낮은 투표율의 한 원인으로 정치적 불신· 불만 · 회의 · 냉소 등을 포함하는 반정당감정(anti-party sentiment)을 지적한다. 틀린 지적은 아니지만, 전적으로 옳은 것은 아니다. 그러한 지적들은 다른 요인들이 내재할 가능성을 거의 제외시켜놓고 있다.

 

감정적 요소뿐만 아니라 인식적이고, 판단적인 요소가 투표율 저하를 가져올 가능성, 정당 간 혹은 인물 간 경쟁과정에서의 뚜렷한 이념적 차이의 부재나 뜨거운 쟁점의 부재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혼재되어 있을 가능성이 간과되어 왔다.

 

그러나 낮은 투표율이나 정치에 대한 불신과 냉소의 원인이 역사적, 정치문화적 환경뿐만 아니라, 일차적으로 한국 정당정치인들의 정책적 무능함에 있다는 점에는 재론의 여지가 없지 싶다.

 

이러한 맥락에서 유권자들의 투표참여와 다양하고 평가적인 선택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유권자가 아니라 먼저 정치엘리트들의 행위와 정책산출에 있어서의 긍정적인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좋은 시민·유권자가 될 수 있는 환경은 일차적으로 그들의 일상의 삶에서가 아니라 먼저 정치영역에서 주어져야 한다.

 

한국의 정당정치의 무능함과 선거과정의 혼탁함에 대한 유권자들의 비판적 인식이 오늘날 과 같이 날카로운 이러한 시점에 무슨 염치로 유권자들에게 투표할 ‘의무’를 운운할 수 있겠는가? 유권자들이 오랫동안 불신해온 정치환경 하에서, 우리는 자기반성의 입장에서 투표참여를 유권자의 권리나 의무로 접근하지 말고 자율성과 책임성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투표참여 여부에 있어서의 자율성을 겸손하게 인정하자는 것이다. 유권자들이 바쁜 일상에도 불구하고 애써 눈여겨보고, 챙겨볼 만한 매력적인 인물과 정책안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투표장으로 나오라는 것이 법적·제도적으로 가능하고 필요한 일일지는 모르지만 신뢰나 정당성을 얻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많은 정치인들과 학자들은 “대부분의 국민들은 (정치를) 잘 못 이해한다.

 

그러나 그들은 그들의 이해를 옳다고 느낀다 (Kurt Tucholsky, 1890–1935)”는 입장에서 철저한 자기반성보다는 유권자들의 자발적인 정치참여 부족, 낮은 정치적 의식과 지식을 지적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하고 문제를 회피하여 왔다.

 

투홀스키와는 반대로, 우리는 전부는 아닐지라도 대다수의 유권자들이 ‘대부분의 정치(정부정책, 정당정치, 선거행태 등)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으며, 그들은 정치가 대부분 잘못되어 가고 있다고 느낀다’는 점을 인식하여야 한다. 민주화이행기를 거치면서 인지적, 평가적인 시민들이 양적으로 확대되어 왔다. 그들을 고려하여 투표참여 여부의 자율성을 인정해 주자는 것이다.

 

그러나 유권자들에게도 자율성만큼이나 스스로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음을 분명히 하여 두자. 투표참여나 선택과 관련하여 유권자는 선거법이나 헌법조항을 준수해야 한다는 책임뿐만 아니라, 그토록 불만스러워하는 현재의 정치사회적 환경과 삶의 환경에 대해 ‘일정 정도’의 부분적인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흔히 유권자들이 생각하듯, 그 모든 불만족스런 정치현실의 책임이 모두 정부나 정치인들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분명 일차적인 책임은 선출되어진 정부, 정당, 정치인들에게 있다! 그러나 유권자들에게는 정부, 정당, 정치인들에 대한 선택과 그들의 업적성과(performance)에 대해 자율적, 최종적 선택자로서의 책임이 남는다. 따라서 유권자들은 선거를 통하여 인물이든 정당이든 자신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하여 잘 ‘선택’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잘’ 선택하여야 하는 것이다.

 

투표참여와 선택의 자율성과 그에 따른 책임감을 유권자 스스로의 몫으로 돌린다 하더라도 공정한 선거, 자발적 참여율이 높은 선거를 위해 다양한 방안들을 모색해 온 많은 공공단체 및 시민단체들의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그러한 노력이 전국·지방선거에서 투표율이 낮고 그 선택이 지역·인물 편향적인 것이 무엇보다 낮은 시민의식이나 정치의식에 그 주된 문제가 있다는 입장에서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정당정치의 무능함을 극복하고 선거과정의 혼탁함을 정화할 수 있는 긍정적인 토대 및 동력이 바로 적극적이고, 비판적인 시민에 달려 있다는 입장에 서있기 때문이다.

 

향후 유권자들의 투표참여를 유도하고 올바른 선택을 주문할 때 헌법이나 선거법상의 권리나 의무를 각인시키는 시각이 아니라, 유권자들이 자율성에 따르는 책임감을 인식할 수 있도록 교육적으로, 실천적으로 지원하는 시각이 필요하리라고 생각한다.

 

좋은 유권자가 될 수 있는 환경이 정치영역에서부터 마련되고, 투표참여의 자율성에 따르는 책임감을 이해하는 유권자가 늘어날 때야 비소로 자발적인 투표참여와 인지적 선택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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