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기대했지? 장춘란 2018-04-03 15:38 가 본문내용 확대/축소 본문 기고문 뭘 기대했지? 지방선거가 두어달여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수년전 SNS에 회자되던 사건이 떠올라 피식 웃는다. 어느 초등학교 학생회장 후보자가 ‘자기를 학생회장으로 뽑아주면 전교생에게 햄버거를 쏘겠다’는 깜찍한 공약을 했단다. 고 녀석이 인기가 많았던지 아님 햄버거에 끌려선지 요녀석이 학생회장에 당선되었다. 당선이 되고나니 이 학생의 생각이 달라졌다. 전교생의 햄버거값에 밤잠도 안왔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보니 나름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전교생에게 햄버거 모양의 젤리를 하나씩 선물했다, 물론 정성은 한가득 담아! 이런 상황에 ‘기발하다’는 표현이 적절한가? 이 웃지못할 상황을 떠올리며 현실의 정치를 생각해본다. 공직선거에서도 다수의 공약이 생산된다. 최근엔 ‘매니페스토운동’이라하여 선거관리위원회 차원에서도 장려하고 있다. ‘매니페스토’는 ‘증거’, ‘증거물’이라는 라틴어원으로 ‘과거의 행적을 설명하고, 미래 행동의 동기를 밝히는 공적인 선언’이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평가기준으로는 공약의 구체성(specific), 검증 가능성(measurable), 달성 가능성(achievable), 타당성(relevant), 기한 명시(timed) 등이 있다. 이를 통해 선거에 승리한 정당이나 후보자에게 이행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도 있고 이행 정도에 따라 다음 선거에도 영향을 끼친다. 이러한 지표는 특히 유권자와 밀접한 선거인 지방선거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역사적으로도 1834년 영국 보수당의 당수인 로버트 필이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공약은 결국 실패하기 마련’이라면서 구체화된 공약의 필요성을 강조함이 매니페스토의 기원이다. 1997년 영국의 토니 블레어 前 총리가 집권에 성공한 것도 매니페스토 10대 정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데 힘입었다. 2003년 일본에서는 가나가와현 지사선거에서 마쓰자와 시게후미 후보가 매니페스토를 공표하며 당선되어 주목받기 시작하였다. 이보다 조금 늦기는 했지만, 우리나라도 2000년 전개된 낙천·낙선운동의 연장선에서 시작하여 2006년 전국동시지방선거를 계기로 후보자의 공약이 실현 가능한지, 즉 ‘갖춘 공약’인지 여부를 평가하면서 매니페스토운동이 구체화하였다. 최근 공직선거는 법치와 민주주의가 발전해옴에 따라 젤리 햄버거와 같은 기부행위, 답례 등은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으나, 후보자의 공약실천은 법제화 등의 강제성을 띄기 곤란하니 당선 후 실천에는 하 세월인 경우가 상존한다. 매니페스토의 진정한 의미를 찾기 위해서는 첫째, 후보자가 구체적인 청사진을 공약해야 하고 둘째, 유권자는 발표된 공약을 비교·분석하여 실천가능성이 가장 높은 공약을 제시한 후보자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하고 셋째, 당선자는 공약을 충실히 이행해야 하며 넷째, 유권자는 공약 이행도를 평가하여 차기 후보자 결정에 반영할 수 있는 선순환 매커니즘이 이루어져야 한다.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2018. 6. 13.(수) 실시되니 이제 70여일밖에 남지 않았다. 한반도호(號)가 격랑에 위태로운 요즘, 중지(衆智)를 모아 공약(空約)이 아닌 공약(公約)으로 지역의 일꾼을 선택한다면 행복한 우리동네, 지역사회, 나아가 우리 대한민국이 됨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장춘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목록 댓글목록 이전글 용인시의회, 과연 제대로 정치를 하고는 있는지 의문이다 18.07.19 다음글 교황의 사명과 빛의 사명 18.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