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이 당연해진 사회 dohyup12 2016-10-20 00:46 가 본문내용 확대/축소 본문 IMF를 겪는 과정에서 새롭게 등장해 어느새 우리 일상을 차지해버린 용어가 있다. 바로 ‘비정규직’이다. 이 단어에 포함된 모든 사람들이 낮은 임금, 열악한 대우,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정한 지위 등으로 고통을 받으면서 우리 사회에는 ‘비정규직은 고용의 부정적인 형태’라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다. 그래서인지 이 부정적 인식을 가리기 위해 등장한 아류가 있다. 바로 ‘인턴’이다. 2009년부터 정부는 청년들을 ‘인턴’ 이라는 비정규직으로 고용하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다. 그 대표적인 정책이 바로 ‘중소기업청년취업인턴제’이다. 이 정책은 청년을 고용한 중소기업과 해당 청년에게 지원금을 줌으로써 청년에게는 직무능력 개발과 정규직으로 갈 수 있는 경력 확보를, 중소기업에게는 인력난 해소를 위해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 정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지난 8년간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다. 2009년 1,590억원(당시 청년인턴제), 2010년 1,764억원, 2011년 1,933억원, 2012년 2,216억원, 2013년 2,497억원, 2014년 2,101억원, 2015년 1,844억원, 2016년 2,375억원, 2017년 1,367억원 등 매년 어마어마한 예산을 끌어다 청년들을 ‘인턴’으로 고용했다. 그러나 결과는 처참하다. 인턴에서 중도 탈락한 비율은 22%, 정규직 전환율은 70%에 불과하다(이 역시 60%대에 머물다가 그나마 높아진 것이다). 그리고 정규직으로 전환 뒤 1년간 고용 유지율은 38%로 전체 인턴 참여자 중 1/3만이 해당 직장에서 계속 일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에서는 정규직 전환자 기준으로 57.2%라면서 일반 근로자의 1년 고용유지율 42.1%보다 높다고 항변한다. 일반근로자에 비해 매년 1,500억원에서 2,500억원을 투입해서 만들어낸 근로자가 1년간 계속 일하는 비율이 겨우 절반 넘는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높다고 항변하는 것도 어이가 없는데, 정작 ‘인턴’에서 중도 탈락한 비율은 셈에 포함시키지도 않는 행태가 당혹스럽다. 대체 정부는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왜 아직도 모를까? 청년들이 취업난에 허덕이는 이유는 사회안전망의 부실로 안정적인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일자리인지라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턴’이라는 감투를 쓴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고용 유지율도 절반가량 밖에 안 되는 이 정책에 수천억원을 쏟아 부을 필요가 있는지 의문만 높아질 뿐이다. 중소기업취업인턴제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자, 2017년도부터는 청년들에게 최대 1,200만원(이중 300만원은 해당 청년들이 조성)을 만들어주는 ‘청년내일채움공제’와 결합시키겠다고 한다. 이는 기존 정책에 비해 중소기업 정규직과 대기업 정규직간의 임금 격차를 줄이는 데는 기여할 수 있겠지만, 이 역시 인턴을 당연시하는 정부 입장에서 필요한 정책일 뿐이다. 중소기업취업인턴제는 일자리의 ‘질’보다는 ‘양’을 늘려 집권기의 성과로 기록하려는 측면에서 보면 효과적인 정책일 수 있다. 주 1시간 이상 일하기만 하면 취업자 중 하나로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인턴’으로 불리는 청년들의 삶은 곪아가고 몇 달간 일했지만 정규직이 되지 못한 청년, 한시적인 정부 지원금과 근본적으로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 정규직이 되더라도 1년도 채 안 돼 그만 두기를 선택한 청년, 그리고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넘어갈 수 있는 가능성이 11.1%인 사회에서 ‘인턴’이라는 이름의 비정규직으로 시작하고 싶지 않아 계속 구직 중인 수십만의 청년들은 배제되고 있다. 청년실업 대책을 근본적으로 재고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보면 일자리의 ‘질’에 대한 고려가 없는 정책은 ‘양’적인 측면에서도 무의미하다. ‘양’에 집착하여 나쁜 일자리를 양산할수록 구직에 좌절하는 청년들이 늘어나 우리 사회의 미래는 멍들어갈 것이다. 집권여당의 한 의원이 청년실업 대책으로서 청년 10만 명을 오지로 보내야 한다고 외치는 이 땅에서 일자리의 ‘질’을 논하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일 수 있지만, 그래도 정부는 달라야 하지 않겠는가. dohyup12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목록 댓글목록 이전글 동백 세브란스 병원건립 공사 재개 하겠다 는 발표에 즈음하여 16.11.09 다음글 국민건강보험의 낮은 보장성 때문에 위협 받는 국민 건강권 16.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