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혜경의 문화칼럼 17, 놀이 문화와 시민 의식 손남호 2013-05-29 04:01 가 본문내용 확대/축소 본문 5월은 가정의 달이라 하여 내내 분주하고 들떠 있다. 인간은 스스로 규제와 형식을 잘 만들기도 하고 잘 파괴하기도 한다. 어쨌거나 기념일을 만들어 형식적으로나마 그 뜻을 따르는 것은 바쁜 현대인들에겐 필요한 것 같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일 년에 하루지만 떠들썩하게 ‘사랑’이라는 걸 표현하고 나면 그나마 마음의 위안이 되니까. 그런데, 그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 제각각이고, 여기에서도 문화의 차이, 품격의 차이가 나타난다. 우리에겐 ‘가족 문화’, ‘놀이 문화’가 참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며 5월을 보내고 있던 차에 경복궁 관련 기사를 접하였다. 2010년 하반기부터 1년에 두 차례 실시하고 있는 경복궁 야간 개방이 시민들로부터 원성을 듣고 있다. 해마다 관람인원이 폭증하면서 문화재 훼손과 안전사고도 매년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 3~4만 명 이상이 입장하여 천태만상의 모습을 연출, 경복궁이 몸살을 앓고 있단다. 돗자리를 깔고 누워 있거나 술과 음식을 먹는가 하면 출입금지 줄 아래로 기어들어가 풀밭에서 나뒹구는 아이들까지 있다. 부모들은 부모 대로 노느라 아이들을 관리하거나 나무라지도 않는다. 아이들 앞에서 어른들이 결코 보여주어서는 안 되는 꼴불견을 보여주는 셈이다. 게다가 외국 관광객들은 눈살을 찌푸리며 발걸음을 돌리고 만다.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인 경복궁이 불쌍하다. 시민 의식은 어디로 갔는가. 남을 배려하지 않는 집단 이기주의의 표출이다. 가족 단위로 놀이동산에 가는 것과 문화재 방문 및 관람은 구별되어야 한다. 어디에서도 아이들은 많은 것을 배운다. 사랑의 표현 방식 또한 어른들을 모방하고 따라 한다. 그래서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도 나오지 않았는가. 나와 내 가족만 즐거우면 되는가. 사랑을 꼭 놀이나 선물로 표현해야 하는가. 나처럼 사랑할 대상을 떠나 보내고 텅 빈 가슴으로 맞이하는 ‘어버이날’이라면, 5월 한 달만이라도 이웃과 장애인들에게 가슴을 나누어주었으면 좋겠다. 그들을 위해 시간과 정과 물질을 나누었으면 좋겠다. 인간과 똑같이 허파로 숨을 쉬는 젖먹이 동물인 고래에게서 ‘배려’ 를 배워야겠다. 그들에겐 우리처럼 ‘장애고래의 날’ 이라는 기념일도 없지만 그들은 항상 ‘함께 사는 모범’을 보여준다. 아픈 동료를 등에 업고 그가 물 위에서 숨을 내뿜을 때까지 떠받치고 있는 모습은 고래들 사이엔 결코 기이하지 않단다. 누가 다치기라도 하면 여러 고래들이 둘러싸고 그를 거의 들어나르듯 한다니...아픈 친구를 함께 돌보는 것은 이들 사회의 본능이자 관습이란다.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사회, 인간들도 배우고 실천해야 할 모습이다. 특히 자녀들에게 봉사를 체험케 하는 더 없이 값진 교육이며, ‘사랑의 실천’은 대물림 되어야 한다. 가정의 달 5월을 보내며 다시 생각하게 되는 우리의 문화와 시민 의식. 자녀들에게 ‘남을 배려’하는 모습, ‘봉사하는 기쁨’을 느끼게 하는 것도 가정의 달에 실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자 행사이다. 가족 단위로 정겹고 올바른 문화를 정립하는 가정의 달이 되었으면 좋겠다. 윤혜경 / 음악 칼럼니스트, 뮤직필 대표 손남호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목록 댓글목록 이전글 도시공사 복마전인가? 과연 내부 비리 혐의 벗을수 있을까? 13.06.24 다음글 윤혜경의 문화칼럼 16, 명품 악기가 주는 교훈 13.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