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혜경의 문화칼럼 12, 피겨 세계선수권대회를 본 날의 일기 손남호 2013-03-19 03:35 가 본문내용 확대/축소 본문 지난 주말 내내 김연아 선수 때문에 행복했다. 외국 사람들이 부르는 애국가를 들을 땐 눈물까지 났었다. 그의 경기 모습을 보고, 또 보고... 아무리 보아도 지겨운 줄 모르고 반복해서 보았다. 그동안 얼마나 힘든 과정을 거쳤을까, 자신과의 싸움이 얼마나 처절하였을까, 딸과 대화하면서 우린 가슴 벅찬 감동을 함께 나누었다. 그러나 정작 나를 감동시킨 건 김연아의 ‘말’이다. 23세의 아가씨가 어떻게 그렇게 깊이 있는 말들을 남길 수 있는가. 1. 그는 감사할 줄을 안다. 자신이 재능을 타고 태어난 것에... 2. 그는 포기할 줄을 안다. 쇼트 프로그램 때, 심사위원의 편파 판정에.... “고칠 수 없는 사실은 빨리 잊고 다음을 준비하는 게 더 현명하다”고 말했다. 외신들이 더 속이 타서 반기를 들었을 정도였으나 본인은 무덤덤하게 결과를 받아들이고 다음 무대(프리 스케이팅)를 준비하였다.그래서 결국 심사위원들마저 항복하게 만들었고, 더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3. 그는 시련을 기회로 삼을 줄 안다. 넘어지면 넘어질수록, 연습을 하면 할수록 결과가 좋아진다는 것을 실패를 통해서 터득했단다. 그래서 눈만 뜨면 연습했단다. 그 고된 훈련의 결과로 그는 세계를 놀라게 했고, 대한민국 국민들을 모두 행복하게 해주었다. 얼마나 대견한가. 4. 그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노력하면 뭐든 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그는 세계 정상에 오르고서도 은퇴하지 않고,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으로 한 번 더 도전해 보자, 후배들을 위해 한 번 더 뛰자, 그리하여 후배들이 올림픽에 참가하여 귀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내가 기회를 제공해 주자, 하여 소치 올림픽을 겨냥해 또 다시 분발한 것이다. 더불어 후배들을 위하여 “재능을 타고 태어났으면서도 노력하지 않으면 그 재능을 발견하지 못하고 사장시키고 만다. 노력해서 자신이 가진 재능을 빛나게 하라”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5. 그는 경쟁자를 배려할 줄 안다. 그와 줄곧 라이벌 관계를 유지해 왔던 일본의 아사다 마오 선수에 대해 “마오 선수도 저와 비교되는 게 얼마나 짜증나겠어요. 그러니 저와 비교해서 그의 이름을 자꾸 부각시키는 것을 자제해 주세요.”라며 인터뷰하는 기자에게 부탁하였다. 그토록 넓은 마음, 겸손한 자세를 가진 그는 분명 스타이다. 23세에 이미 50세가 할 수 있는 말을 다하다니, 세상을 너무 많이 경험했고, 너무 일찍 알아버렸다. 그리고 너무 많은 것을 깨달았다. 나는 스무세 살에 뭘 했나. 한없이 부끄러워진다. 윤혜경 / 음악 칼럼니스트, 뮤직필 대표 손남호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목록 댓글목록 이전글 윤혜경의 문화칼럼 13, 예술을 성과의 잣대로? 13.04.03 다음글 윤혜경의 문화칼럼 11, Well-being, Well-aging, Well-dying 13.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