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길 아까시나무에 대한 편견이 빚은 수난
손경민 2024-07-22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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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안보전략연구원 고문, 행정학 박사 김석규 칼럼 

 

맨발걷기가 유행되다시피 하여 언론에서는 의학적 분석을 내놓고 장단점과 유의해야 할 점까지 여러 군데서 보도하고 있다. 의학적 판단은 차치하고 내 개인적 경험으로도 꽤 괜찮은 느낌이 있어 아파트 내 공원 맨발 걷기를 수시로 즐기고 있다.

내가 사는 아파트는 8개 단지 7,000세대의 초대형 단지로서 각 단 지마다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내가 사는 단지는 뒤편 300미터 높이 야산에서 아파트 단지 내로 반도처럼 뻗어 나온 얕은 구릉을 공원으로 조성했다. 따라서 야산의 생태계가 그대로 연결되어 여러 가지 산짐승과 산새들 그리고 초목들이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다. 거기에다 주민들이 공원의 황톳길을 자주 걷다 보니 이른바 맨발 걷기 길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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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안보전략연구원 고문, 행정학 박사 김석규

김석규(69세)

행정학 박사

현 한반도안보전략연구원 고문

국가공무원(1급 퇴직), 전 목원대 교수, 

경기수필가 협회 회원

시사칼럼 『정론직필 사자후』(2022)

수필집 『해맞이 산행』 ((2024)

 

 

그런데 엊그제 아침에 걷기운동을 하러 공원 언덕을 오르는데 길옆 여러 그루 나무가 손도끼와 같은 도구에 찍혀 상처 입은 상태로 발견되었다. 주로 지름 15센티미터 정도 되는 나무의 1미터 높이 정도에 나무껍질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혔는데 이른바 나무의 영양물질과 수분이 오가는 ‘관다발’ 부분을 다 파헤쳐 놓은 치명적인 수법이었다. 멀쩡한 나무에 도끼질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괴기스럽다는 생각이 들고 정신이상자의 소행이 아닐까 하는 걱정도 되었다.


맨발 걷기 황톳길 근처 나무의자에 운동하러 온 몇몇 분들이 모여 걱정스러운 눈빛을 주고받으며 공원의 멀쩡한 나무에 가해진 피해 상황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운동을 마치고 집에 와서 같은 장소에 걷기운동을 가끔 하러 가는 아내에게도 상황에 관해 설명해 주며 흉기를 든 웬 미치광이가 있을지도 모른다며 당분간 조심할 것을 당부했다. 


그리고 그다음 날 운동하러 갔는데 시 산하 공원관리소 직원이라는 사람이 숲속을 다니며 상처 난 나무들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었다. 그 직원은 주민의 신고를 받고 왔는데 상처를 입은 나무는 모두 아까시나무라고 했다. 간혹 아까시나무를 혐오하거나 비판적 인식을 가진 분들이 있는데 공원관리소 차원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전했다.


우리나라는 5천여 년 동안 나무를 땔감으로 난방과 취사를 함으로써 어쩔 수 없이 산이 점점 더 헐벗게 되었고 일본의 식민 지배 시기에도 마찬가지였다. 아까시나무는 북미가 원산지로 일제 강점기 때 서울과 인천을 연결하는 경인선 철도 변에 처음 심어졌다. 중국에서 들여와 철도 공사로 토사가 드러난 곳에 심은 것이다. 이때부터 사방공사용으로 이용되었다. 통상 아까시나무를 아카시아나무라고 잘못 알고 있는데 아카시아는 호주 원산지의 노란 꽃이 피는 다른 나무이다.아까시나무는 6.25 이후 우리 정부가 산림 녹화를 하면서 전국적으로 더욱 널리 퍼졌다. 전쟁과 땔감용 나무 남벌로 황폐해진 산을 푸르게 하기 위해 아까시나무와 리기다소나무, 오리나무, 낙엽송, 미루나무, 플라타너스 등의 외래종을 심은 것이다. 아까시나무가 잘 정착한 것은 강인한 생명력 덕분이다. 이 나무의 뿌리에 붙어있는 뿌리혹박테리아는 공중의 질소를 고정하는 능력이 있다. 굳이 질소비료를 주지 않더라도 헐벗고 메마른 땅에서 잘 자라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아까시나무의 왕성한 번식력으로 다른 나무의 생장까지 방해하는 모습을 보고는 독수毒樹가 삼림을 황폐화한다는 비판까지 받기도 했고 일제가 우리나라의 상징적 나무인 소나무를 모두 죽이려고 아카시나무를 심었다는 식의 음모론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생기게 되었다. 이 모두가 잘못된 정보로 만들어진 거짓이다.


아까시나무는 우리에게 이로운 나무이다. 


첫째, 온실가스 흡수능력이 뛰어나서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아까시나무가 연간 250만 탄소톤(TC)을 저장하는데 승용차 약 380만 대의 온실가스를 흡수·처리하는 것이다. 아울러 한국 꿀 생산의 74%를 맡고 화분매개花粉媒介라는 꿀벌의 기능을 도와주는 아까시나무 역할은 생태계의 중요한 요소이다.


둘째, 다른 나무를 죽인다는 것은 근거 없는 낭설이다. 아까시나무는 세계적으로 산림 녹화에 최고로 성공한 우리나라를 푸르게 한 일등 공신이다. 아까시나무는 척박한 땅에서 잘 자라다가도 땅이 비옥해지면 다른 나무와 경쟁에서 도태되는 특이한 성질이 있다. 지금 우리나라 산은 과거 민둥산을 완전히 극복하였고 숲이 우거진 상황에서 아까시나무가 다른 수종과 경쟁에서 도태되어 가고 아까시나무의 수명이 50~70년으로 기존 아까시나무가 거의 퇴화하여 가는 과정에 있다. 그래서 지난 1980년 아까시나무 면적이 32만 헥타르였다가 2010년 3만 6천 헥타르로 급격히 줄어들어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한국의 밀원수蜜源樹(벌꿀의 원천이 되는 나무)를 지금보다 2배 이상 확보하여야 꿀벌의 집단 폐사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화분매개花粉媒介라는 생태계 기능을 맡은 꿀벌을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아까시나무에 대한 상반된 견해가 있다. 문제는 아까시나무에 대한 개인적인 왜곡된 견해를 과신하고 아파트 단지라는 공동체 주민들이 이용하는 공원, 더 나아가 아파트 개발업자가 공원을 조성하여 지차체에 기부채납한 공공재산을 함부로 훼손한 데 있다. 


개인의 판단으로 공원 수목을 함부로 해치는 것과 같이 자신의 검증되지 않은 신념에 따른 행동 표출은 독선적 행위로서 공동체에 위해로운 요소이다. 또한 공공재산에 대한 개인의 훼손 행위는 엄연한 불법행위 측면이 있다. 자신의 신념에만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소신이라 하더라도 타인과 공동체의 이해 문제와 관련되어 있는 경우에는 행정당국과 주민들과 소통하면서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 찾아 나서는 민주적 해결방식만이 최선의 길이다.


상처입은 아까시나무가 잘 회복되기를 바란다. 내년 찬란한 5월이 오면 ‘천수보살’ 수많은 손처럼  아까시 나무가 가지들마다 하얀 꽃송이를 들고 공원길에 늘어서서 내방객이나 꿀벌들을 환영할 것이다. 현기증 날 정도로 아찔한 아까시꽃 향기가 아련히 그립다. 아울러 나무를 해친 행위가 아파트 주민의 소행으로 당국이 확인할 경우, 사법적 잣대를 들이대기보다는 나름대로 공원을 잘 만들어보겠다는 잘못된 신념을 가진 당사자를 잘 설득시켜 공원을 아끼고 즐기는 이웃으로 동참하는 계기로 만들어 주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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