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의 진한 유혹, 장미 용인인터넷신문 2024-06-04 10:02 가 본문내용 확대/축소 본문 유월의 진한 유혹, 장미/옥창열 우리 동네에 덩굴장미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아파트 담장에도 상가 옆 울타리에도 산보길 주택 대문 위에도 빠짐없이 피어올라 온 동네 가득 붉은 향연을 펼치고 있다. 담장을 넘나드는 유월의 진한 유혹 이끌려 다가서다 가시 보곤 멈칫하네 아서라 가까이 마라 멀리 두고 보리라 크기로 보나 색감으로 보나 꽃 중의 꽃이다. 그런 꽃이 송이송이 불 밝힌 채 발돋움에 목 늘이며 보는 이의 애간장을 태운다. 하지만 빈틈이 전혀 없어 손을 내밀기도 망설여진다. 차라리 화장 지우고 수수하게 차렸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장미 줄기에는 뾰족한 가시가 돋아있다. 그 때문에 아름답지만 위험한 여자를 장미에 비유하기도 한다. 가시는 어려움과 고난을 상징하며, 용기와 인내를 상기시키기도 한다. 장미는 대표적인 사랑의 심벌이기도 하다. 그 화려하고 요염한 모습으로 인해 서양권에서는 꽃들의 여왕으로 떠받든다. 오스트리아 빈을 여행할 때 본, 합스부르크 왕궁의 장미정원은 압권이었다. 동서고금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사랑받는 꽃인 만큼 오랜 개량을 거쳐 색깔도 빨강, 주황, 분홍, 노랑, 검정까지 각양각색이다. 그중에서도 바다 같은 색감의 파란 장미가 가장 독특하다. 원래 장미는 파란빛을 낼 수 있는 색소가 없었는데, 일본과 호주의 공동 연구진이 팬지의 파란색 유전자를 빼내서 장미의 유전자와 연결해 만들어 낸 것이라 한다. 유전공학으로 만들 수 있다고는 해도, 여전히 우리나라에서는 염색한 파란 장미들이 넘쳐난다. 새벽시장에 가면 염료를 사용하여 물을 올리는 장미들을 많이 볼 수가 있다. 원래는 줄기를 만질 때 염료가 손에 묻어나기도 했다는데, 우리 기업 중에 그런 문제 없이 흰색 장미에다 파란 물을 들이는 특허를 받아 수출까지 하고 있다니 용하다. 장미를 국화로 정한 나라는 많다. 미국은 1980년대 중반 레이건 대통령 때 장미를 국화로 지정했다. 그 밖에도 루마니아, 룩셈부르크, 불가리아,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이라크의 국화가 장미라고 한다. 영국의 국화를 흔히 장미라고 알고 있는데, 잉글랜드 지역의 상징일 뿐 영국 전체를 대표하는 국화는 없다고 한다. 일본의 국화를 흔히 벚꽃으로 알고 있지만, 일본 국민들이 사랑하는 꽃일 뿐 공식적으로 정한 국화는 따로 없는 것과 비슷하다. 동양권에서는 모란을 화왕으로 모시지만, 장미도 예부터 관상용으로 귀하게 여겨왔던 것 같다. 《삼국사기》 설총 조는, 장미를 '붉은 얼굴, 옥 같은 이에 곱게 화장하고, 멋진 옷을 차려 입고 간들간들 걸어들어와 임금과 잠자리를 청하는' 가인으로 묘사한다. 물론 서양장미가 들어오기 전까지 동양의 장미는 당연히 야생 장미를 뜻했고, 삼국사기에 나오는 장미는 그중에서 해당화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한다. 우리 산야에 자생하는 대표적인 야생 장미로는 찔레꽃이 있다. 야생 장미는 들장미라고도 하는데, 실제로, 북한에서는 찔레꽃을 들장미라고 부른다고 한다. 찔레꽃은 서양장미에 비하면 볼품없지만, 장미보다 향기가 진하고 여운도 짙게 남는다. 감미로운 향기 가득한 찔레꽃 곁에는 항상 벌이 날아와 앉는다. 작은 고추가 매운 것이다. 장미와 들장미의 고귀한 아름다움은 자연이 우리에게 준 선물이다. 우리에게 힐링과 위로를 주고,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 살아 숨 쉬는 동안 이 귀한 선물을 마음껏 향유하자. 작가 프로필 국가공무원(3급) 퇴직 한국문인협회, 경기수필가협회, 수지문학회 회원 경기수필가협회 부회장(역임) 글벗문학상(2015) 석교시조문학상(2017) 경기문학인 대상(2019) 수필집 『앎이란 무엇인가』(2015) 『앎이란 무엇인가 2』(2019) 『워낭소리의 추억』(2021) 시조집 『가슴에 사랑을 심자』(2018) 유튜브 문학채널 『느티나무 그늘 아래』 운영 용인인터넷신문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목록 댓글목록 이전글 공원길 아까시나무에 대한 편견이 빚은 수난 24.07.22 다음글 용인특례시, 2월과 7월 두 차례 접수된 새마을금고 지역금고 본점 신규 설립 ‘불인가’ 결정 사유 상세히 밝혀 23.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