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과 여성은 늘 반목해야 하는가?
명절증후군이란 무엇인가?
dohyup12 2017-10-16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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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정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경인여자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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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추석 연휴가 드디어 지나갔다. 사람들은 유래 없이 긴 이 추석 연휴를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고 계획하고 두근거리며 기다렸다. 그러나 막상 연휴 기간 중에는 하루하루 줄어드는 휴일 날짜를 아쉬워하며 하릴없이 세월을 보내다가 애초 계획했던 일들이 하나도 수행되지 않았음을 자책하기도 했다. 결국 이 연휴의 끝에는 늘어난 체중과 몽환 속을 헤매는 눈동자, 그리고 열흘이나 쉬었으나 이상하게 더 피곤한 몸을 이끌고 다시 학교와 직장으로 복귀했다. 더불어 그동안 묻어두었으나 어쩔 수 없이 긴 연휴 기간 동안 꺼내어 맞닥뜨린 여러 관계들과의 갈등으로 괴로워지는 건 덤이었다.

 

명절증후군이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로 명절증후군은 명절 기간에 스트레스를 받아 생기는 여러 증상을 이르는 말이다. 명절증후군의 증상으로는 두통, 소화불량, 피로감 등의 육체적 증상과 우울감, 무기력증, 불안감 등의 정신적 증상이 있다. 사실 명절증후군이라는 말은 의사에 의해 진단되는 의학적 질병명은 아니다. 그보다는 한국의 명절 문화가 원인이 되어 나타나는 문화적 증후군(culture-bound syndrome)이다.

 

이 명절증후군의 내용은 크게 신체적인 피로와 정신적인 갈등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신체적인 부분으로는 명절에 부모님을 뵙기 위해 고향에 내려가면서 생기는 운전 및 장시간 이동으로 인한 피로, 그리고 다량의 음식을 장만하면서 생기는 노동 피로가 대표적인 원인이 된다. 그러나 신체적인 피로보다 더 크게 명절증후군을 발생시키는 것은 정신적인 부분이다.

 

구체적으로는 며느리들이 시댁으로부터 받는 스트레스(요즈음은 며느리로부터 시어머니가 받는 스트레스도 크다), 성적이나 취업 여부를 묻는 친척들의 질문에 대해 곤혹해하는 학생과 청년들의 스트레스, 결혼과 임신을 종용하는 어른들에 대한 젊은이들의 스트레스, 피로와 짜증을 호소하는 아내들을 어찌 대해야 할지 난감해하다 결국 아내와 다투고 마는 남편들의 스트레스가 대표적이다. 또 명절 동안 집안에서도 집밖에서도 어정쩡한 태도를 유지하는 남편들에 대한 아내의 스트레스도 있다. 이렇듯 모두는 각자의 입장에서 상대와 갈등하고 상처받고 회복되지 못한 채 명절을 끝내고 만다. 여기서 명절증후군이라는 이름의 증상들이 나타난다.

 

명절 후 이혼율 상승의 이유는?

 

지난 2일 대법원 발표에 따르면, 매년 추석 연휴 직후엔 법원에 접수되는 이혼 건수가 급증한다고 한다. 2015년의 경우 9월 이혼 접수 건수가 3,190건이었는데, 추석 이후인 10월엔 3,541건으로 400건이나 늘어났다. 2016년에 접수된 이혼 신청은 모두 108,800여 건으로 하루 평균 290여 건인데, 추석 연휴 다음날 1,000여 건이 접수돼 평소의 3.6배에 달했고, 설 연휴 다음날도 800여 건으로 평소보다 2.8배 많았다. 명절 연휴가 끝난 뒤 열흘 동안에도 이혼 신청이 매일 평균 750건으로 평소의 두 배에 달했다.

 

명절 후 이혼이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 관련 전문 변호사들은 평소 배우자에게 쌓여 있던 불만이 명절 갈등과 같은 큰 사건을 계기로 폭발해서 이혼을 고려하게 되는 경우가 잦다고 말한다. 명절을 지내면서 시댁과 직접 부딪히거나 차례나 가족 모임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가사 분담 때문에 이견이 생겨서 이혼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그 동안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다투다가 명절 때 결정하게 되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명절 후 이혼 신청이 증가한다고 한다.

 

다른 연휴와 달리 명절을 지내고 이혼 신청이 급증하는 데 대해서는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바로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전통이 강요되는 상황이 갈등을 일으키는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라는 것이다. 결혼한 여성의 경우, 명절에는 시댁에 가는 것은 당연하지만 친정에 가는 것은 눈치를 봐야 한다. 시어머니와 시누이, 남편은 모두 쉬면서 며느리에게만 온갖 허드렛일과 명절 음식 장만을 맡기는 행태와 당신네 식구들은 왜 그래?’, ‘왜 벌써 가려고 하니?’, ‘1년에 고작 1~2번 하는 것을 가지고 너무 생색내는 것 아니냐등의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말들이 기혼 여성들에게 명절 후 이혼을 결심하게 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사 분담과 명절증후군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이 공개한 ‘2015 ·가정 양립 지표에 따르면, 여성의 가사노동 시간은 하루 평균 3시간 14분으로 남성의 40분에 비해 5배 가까이 길었다. 5년 전과 비교해도 맞벌이 부부 남성의 가사노동 시간은 5년 동안 3분 늘어나는 데 그쳤다. 남성만 직장 일을 하고 여성은 안 하는 비 맞벌이 부부의 경우, 여성의 가사노동 시간은 6시간 16분이고 남성은 47분이다. 예상과는 달리 맞벌이 부부의 남성 가사노동 시간은 40, 비 맞벌이 부부의 남성 가사노동 시간은 47분으로 비 맞벌이 부부의 남성 가사노동 시간이 7분 더 길다.

 

이 수치를 다른 나라와 비교해 봐도 우리나라 남성의 가사노동 시간은 턱없이 짧다. 맞벌이와 비 맞벌이를 합친 한국 남성의 가사노동 시간은 45(2009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적었다. 아직 카스트의 유물이 진하게 남아있는 인도의 52분뿐만 아니라 같은 유교 문화권으로 분류되는 일본의 62분에 비해서도 많이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과 현실은 늘 다르다. 기혼 남성의 47.5%는 아내와 가사를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행동에 나선 남성은 16.4%에 불과했다. 이런 결과는 기혼 여성 취업자 중 절반에 가까운 45.3%가 결혼·육아·출산 등을 이유로 직장을 그만두게 만드는 큰 원인이 되었다. , 남성의 저조한 가사노동 참여가 결국 기혼 여성의 경력 단절 원인 중의 하나가 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남성의 가사노동 분담 수준이 매우 낮은 이유를 찾아본 연구에 따르면, 남성이 가사노동에 얼마나 참여하는지는 맞벌이를 하는지의 여부나 연령과는 관련이 없다고 한다. 한국의 상황에서는 협조적 적응 가설은 물론 세대 간의 행위 차이를 가정한 적응 지체 가설도 채택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일하는 기혼 여성의 현실을 가장 잘 설명하는 이론은 이중 노동 부담 가설이었다. , 우리나라에서는 일하는 기혼 여성은 직장 일도 가정 일도 모두 여성이 혼자 담당한다는 것이다.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에서는 취업 여성의 이중 노동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사회복지서비스 제도의 확충과 보살핌 노동에 대한 보상 체계 등을 제안했다.

 

새로운 명절 문화가 필요하다

 

명절은 축제이다. 특히 추석, 한가위는 한해의 농사가 잘 된 것을 축하하며 먹을거리를 나누고 정을 나누는 축제이다. 그런데 이런 축제가 남성에게만 그리고 연장자에게만 허락되고 여성과 서열이 낮은 사람에게는 축제를 즐기는 이들의 뒤치다꺼리를 하는 시간으로 정의된다면, 이것은 분명 불평등이 아닐 수 없다.

 

, 명절 그리고 연휴는 남편과 아내, 시어머니와 며느리 모두에게 쉬는’, ‘축하하는시간이라야 한다. 그런데 누구에게는 쉬는시간이고, 누구에게는 일하는시간이라는 불평등이 바로 명절증후군을 만들고 이혼율의 상승을 초래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이제는 명절 후에 명절증후군이라는 말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하려는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의학적으로 명절증후군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평소와 다른 과도한 노동이나 근육통이 발생하지 않도록 운전하고 일하는 중간 중간에 휴식을 취하고, 스트레칭을 하는 등의 방법으로 인대와 근육의 긴장이나 이상 발생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의학적인 문제와 달리 문화적인 요인으로 생기는 스트레스는 법이나 시스템을 통해 즉각적인 해결을 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가족 간에 적극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명절을 보낼 계획을 사전에 협의하고 가족 구성원들 각자가 가사를 분담하며, 상대의 노고를 인정하고 배려하고 칭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서 명절·제사상의 성차별을 없애자는 여성민우회의 평등 명절 만들기라는 운동도 꽤 알려지고 있다.

 

이런 개인적·사회적 노력들을 통해 명절을 보내는 새로운 문화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이미 명절에 차례를 지내지 않는 인구가 25%를 넘는다는 보도도 있고, 부모들이 자녀들이 사는 도시로 역귀성하는 사례는 정착된 지 오래 되었다. 간단하게 과일과 떡만으로 차례 상을 차리고 대부분의 시간은 가족들이 쉬고 즐기는 기간으로 명절의 기능이 상당한 변화를 보이는 가정들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이번 추석연휴 동안 해외에서 휴일을 즐기기 위해 출국하는 사람들이 인천공항 개항 이래 최대였고, 국내 여행도 활성화되는 등 명절의 기능과 역할이 점차 달라지고 있다.

 

물론 시간이 지난다고 문화가 저절로 바뀌지는 않는다. 예전에 여학생은 가정·가사를, 그리고 남학생은 기술을 배우던 시절에서 요즈음은 남학생과 여학생 모두가 기술·가정을 배우고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가사노동은 남성이 여성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것이라는 인식도 많이 도입돼 있다. 이런 문화적 확산은 학교에서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가정에서도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나의 아들과 딸 모두가 장차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유지하도록 하려면 아들과 딸 모두에게 가사노동을 가르치고 연습시키고 습관으로 정착시키려는 부모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남편과 아내가 가사노동의 분담과 명절의 성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통과 공감을 하려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명절증후군을 없애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한국인의 평균수명, 그 중에서도 여성의 평균수명은 86세에 이르러 일본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고, 남성의 평균 수명인 79세보다도 7살이 많다. 남녀를 합한 평균수명인 83세 보다도 3년이나 높다. 그러나 평균수명과 함께 살펴봐야 하는 것이 건강수명의 개념이다. 건강한 상태로 살아있는 기간이 건강수명인데, 건강수명 이후에 평균수명까지의 기간은 와병상태로 사는 기간이므로 삶의 질이 현격이 떨어지고 의료비용이 매우 증가하는 기간이다.

 

우리나라 국민건강증진 종합계획도 건강수명의 연장을 목표로 수립되고 있다. 가까운 일본의 건강수명과 평균수명의 차이가 6년인데 비해 한국은 이 차이가 10년이다. , 한국인은 와병상태로 10년을 누워 있다가 사망한다는 것이다. 이는 평균수명이 더 긴 여성에게는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여성의 건강 수준은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현격하게 낮고, 건강수명은 너무 짧다.

 

여성은 술이나 담배, 과식이나 기름진 식사 등 건강을 해치는 요인이 남성에 비해 적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가사노동을 포함한 과도한 노동, 운동 부족, 그리고 부실한 식생활 등이 건강수명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런 남녀 간의 노동조건이나 가사 분담의 문제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이 명절 때라서 명절증후군이라는 세계적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운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족들 간의 개인적인 노력과 더불어 정책적인 변화가 시급하게 요구된다. 가사노동을 구성하는 업무 중 식사 준비, 청소, 빨래, 설거지 등은 기계가 대신하거나 상품으로 구매할 수 있고 남녀가 분담해서 하면 되는 단순 노동이다.

 

그러나 보육, 교육, 간병을 포함한 의료·노인부양 등의 사회서비스 노동은 민간시장에서 구매하기에는 질도 낮고 비용도 너무 부담스럽다. 참여정부 시기에 시작한 공공보육은 아직도 부모의 퇴근시간까지 아이들을 돌봐주지 못하고 있다. 공보육의 비중과 수준은 여전히 낮은 상태이다. 교육서비스의 확충과 공교육의 질적 제고, 노인 돌봄의 확대, 노후소득 보장 등도 여성의 부담을 줄이고 여성과 남성이 모두 함께 행복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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