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규복님이 전하는, 용인 동천동 지역 봉사모임 ‘다다선선’ 손남호 2011-10-06 01:02 가 본문내용 확대/축소 본문 “할아버지, 할머니 많이 잡수세요.” 지난달 22일 오후 1시. 경기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에 위치한 중국집 ‘동천동 옛날 손짜장’에서는 흥겨운 점심자리가 마련됐다. 20여명의 어른들이 중국요리를 즐겼다. 한 할머니는 만두를 집더니 음식 나르는 일로 바쁜 심명화씨(51) 입에 덥석 넣어준다. 이내 한바탕 웃음이 터진다. 동천동 지역봉사활동 모임인 ‘다다선선’ 회원들이 지역 내 소외된 노인들을 위해 마련한 정기 외식 자리다. 다다선선은 주민 30여명으로 지난해 6월 결성됐다. 노인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이벤트도 종종 열지만 무엇보다 결연을 맺은 저소득층 노인 20여 가구, 조손가정 학생 8가구를 돌보는 일에 더 신경을 쓴다. 회원들은 2주일에 한 번 반찬을 만들어 어르신들 집을 찾는다. 말벗이 돼주고, 며느리가 되는 날이다. TV가 없는 할머니를 위해 온 동네를 다 뒤져 중고 TV를 마련해주고, 비닐하우스 집이 허술해보이면 지역 내 축구동아리 ‘이우FC’의 힘을 빌려 집을 짓고 수리도 한다. 다다선선 회원 심씨는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아파트 앞집과 터놓고 지내기도 어렵게 된 지가 오래”라며 “처음엔 어르신들과 서먹서먹했는데 이젠 가족처럼 가깝게 지낸다”고 말했다. 뒤로는 광교산, 옆으론 동막천이 흐르는 동천동은 겉으로 보기엔 수도권의 여느 도시와 다르지 않다. 높게 솟은 아파트 단지, 북적이는 자동차와 어지럽게 달린 간판, 외곽의 비닐하우스집…. 전형적인 수도권 도시의 모습이다.그러나 속살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다른 동네와 다른 특별한 것이 있다. 지역 주민들이 소외된 이웃을 위해 기꺼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 외롭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독거노인이나 학생들을 후원하고 함께 놀아주며 멘토 역할도 한다. 경쟁보다 공동체를 강조하는 학부모 세미나를 열고, 어린이날에는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을 모아 한바탕 잔치를 연다. 2008년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를 열기도 했다.동천동 구석구석에서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꾸려나가는 행사와 활동이 줄을 잇는다. 다양한 나눔활동은 물론 문화·건강강좌도 수시로 연다.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스스로 기획해 마련한다. 방과후교실, 공동구매가 대표적인 행사다. 주민 스스로 연극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연습할 정도로 최근 동천동의 공동체 활동은 진화했다. 동천동 공동체의 중심은 ‘이우생활공동체’다. 흔히 ‘이우 생협(생활협동조합)’으로 불린다. 생협이지만 생활문화공동체라는 점을 더 강조한다. 이우생활공동체 윤정란 이사장(45)은 “대안학교인 이우학교의 생협으로 출발한 생활공동체가 2005년 학교를 넘어 지역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공동체가 지역으로 확장한 것은 학부모들 사이에 ‘우리만이 아니라 이웃 모두와 생활공동체에서 느끼는 즐거움을 함께 나누자’는 의견에 따른 것이다. 지역 주민은 누구나 가구당 3만원을 출자하면 공동체 조합원이 될 수 있다. 현재 조합원은 500여명. 윤 이사장은 “조합원들이 함께 지역 공동체 활성화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유기농 과자가게(해피쿠키), 동네사랑방인 찻집이 그 결실이다. 남성들이 만든 축구동아리 ‘이우FC’는 친목모임을 넘어 성남청소년학교 학생들의 멘토로 활동한다. 이우FC 단장인 이세영씨(57)는 “동네 공동체문화 향상에 이바지해보자는 회원들의 의지가 강하다”면서 “자신이 가진 재능을 조금씩 보태면 지역공동체 문화 형성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지역 인문학공부 활동으로 잘 알려진 ‘문탁네트워크’는 ‘마을에서 만나는 인문학 공간’이란 이름 아래 주민들이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수준높은 인문학 공부 프로그램으로 성장했다. 지인들과 문탁을 시작한 이희경씨는 “세상을 변화시키자면 내가 먼저 변해야 한다”면서 “그 변화를 추동하는 것이 공부이며 이 중 인문학 공부가 최선”이라고 말했다. 국내에 ‘작은도서관’의 중요성을 일깨운 ‘느티나무도서관’, 새로운 개념의 도심 교회인 ‘좋은친구센터’도 공동체 활동의 한 축이다. 동천동 사람들의 공동체 활동이 다른 지역보다 활성화됐지만 실제 참여자들은 때때로 안타까움을 토로한다. 아직 전체 주민 대비 소수가 참여하는 데다 전문활동가도 부족하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기대는 크다. 12월 무대에 올릴 연극 연습이 동천동 공동체의 미래를 잘 보여준다. 이우생활공동체 조합원들은 이제 단순한 나눔만이 아니라 저소득 계층의 자립을 위한 일자리 창출 등 한 단계 높아진 공동체 활성화를 고민하고 있다. 심씨는 “어르신들이 담근 김치를 지역주민들이 사주는 등 지역 내에서 자립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진정한 상생이며 공동체 활동의 궁극적인 성과일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이란 울타리를 뛰어넘어 지역 공동체란 이름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동천동. 이웃과 어울리고 손을 잡으면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를 보여주는 삶의 현장이다 손남호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목록 댓글목록 이전글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업체, 불우이웃돕기 성금 기탁 11.10.07 다음글 (재)방촌장학재단, 처인구 청소년 11명 장학금 지원 11.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