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보다 15년 앞선 일본 천문학
2005-08-09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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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4일은 미국의 독립기념일이었다. 그날 미국 NASA가 보낸 탐사선 ‘딥 임팩트(Deep Impact)’가 혜성과 충돌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었다. 그리하여 그 이벤트는 다시 한번 미국이 세계 ‘최고’의 국가임을 대내외에 천명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첫 번째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인 7월 7일 필자는 한국천문연구원 대표로 전파천문분야 협정을 맺기 위해 일본 국립천문대(NAOJ, National Astronomical Observatory of Japan)를 방문했다. 조인식에 참석하기 위해 NAOJ 본부를 방문했던 필자가 받은 두 번째 충격을, 더하거나 빼지 않고 솔직하게 적어보고자 한다. 한마디로, 축구에 비유한다면 우리나라 천문학이 일본 천문학에게 ‘5대0’ 정도로 지고 있다는 사실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 진짜 축구는 1대0으로만 져도 분을 삭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현실을 감안할 때 정말 만감이 교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본 천문학의 상징 수바루 천문대 하와이 군도에 있는 마우나케아 산 정상은 선진국 천문대들의 각축장이다. 이상적인 천문관측 장소인 이곳에 선진국들은 천문대를 빽빽하게 세워놓았다(그림1). 이곳에서 미국이나 유럽이 세운 천문대들에 대항하여(?) 당당하게 서 있는 것이 NAOJ 소속 수바루(Subaru) 천문대다(그림2). {{http://www.suinews.com/img/1-2.jpg||335||246||2||1}} 마우나케아 산 정상의 천문대들. {{http://www.suinews.com/img/2-1.jpg||470||314||2||1}} NAOJ의 수바루 천문대. 수바루 천문대에는 지름이 8.2m에 이르는 거대한 광학망원경이 설치되어 있다.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그 크기는 선진국들의 망원경들에 비해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그림3). 가운데 주황색으로 표시된 두 개가 우리 천문연구원 망원경이다. 왼쪽 것이 소백산천문대 61cm, 오른쪽 것이 국내 최대 보현산천문대 1.8m 망원경이다. 우리 현실이 초라하기 짝이 없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http://www.suinews.com/img/3-1.jpg||470||332||2||1}} 대형 광학망원경들의 반사경 크기 비교. 정육각형 거울들은 조합되어 만들어진 것들이다. 지난 몇 년간 우리 천문연구원은 합작을 해서라도 마우나케아 산 한 봉우리에 우리나라 천문대를 세우려고 최선의 노력을 경주했다. 하지만 끝내 예산확보가 이루어지지 않는 바람에 이제는 그 꿈을 완전히 접게 됐다. 왜냐하면 이제는 마우나케아 산에 더 이상 빈 봉우리가 없기 때문이다. 1888년 설립된 NAOJ의 본부는 현재 도쿄 미타카(Mitaka) 지역에 있는데,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 위성도시 정도다(그림4). 처음 위치가 정해졌을 때에는 도쿄 중심에서 충분히 멀었겠지만 지금은 번화한 도심 한복판에 있다. 수만 평의 면적을 덮는 울창한 수목 사이사이로 자태를 드러내는 관측시설들은 NAOJ의 역사를 말해주고 있었다. 이곳을 방문한 필자 일행에게 카이후(Kaifu) NAOJ 대장은 수바루 망원경을 제일 먼저 소개해줬다. 역시 수바루 망원경은 일본 천문학의 상징인 것이다. {{http://www.suinews.com/img/4-1.jpg||470||292||2||1}} 도쿄에 있는 NAOJ 본부 전경. NAOJ 예산 한국 천문연구원 예산의 10배 수바루 천문대의 그늘에 가려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오카야마(Okayama) 천문대에도 1.88m와 91cm 광학망원경이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노베야마(Nobeyama) 전파천문대에는 지름 45m 전파망원경과 지름 80cm 소형전파망원경 84대를 운용하는 태양관측시설이 있다. 일본 전역에 퍼져 있는 이러한 관측시설들은 일일이 다 열거하기가 힘들 정도다(그림5). 참고로 올해 NAOJ의 예산은 올해 우리 천문연구원 예산의 10배에 가까움을 밝혀둔다. {{http://www.suinews.com/img/5-1.jpg||470||662||2||1}} NAOJ의 관측시설들. 현재 우리 천문연구원은 일본 NAOJ에 15년 정도 뒤떨어졌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천문연구원이 ‘거북이’라면 NAOJ는 ‘토끼’인데 문제는 토끼가 낮잠을 안 잔다는 것이다. 이미 NAOJ는 본부에는 길이 300m가 넘는 중력파 안테나 2대가 설치되어 있다. NAOJ는 최근 남아메리카 안데스 산맥 아타카마(Atakama) 사막에 전파 망원경 80대를 운용하는 ALMA(Atacama Large Millimeter/submillimeter Array) 건설을 마무리하고 있다(그림6). NAOJ 카이후 대장은 30m급 광학망원경 건설, 우주 적외선 및 VLBI 망원경 설치, 길이 3km 중력파 안테나 설치도 이미 가시권에 들어와 있다고 자신에 차 있었다. {{http://www.suinews.com/img/6-1.jpg||470||243||2||1}} ALMA 상상도. 우리는 6.5m 광학망원경이라도… 마우나케아 산 정상에 천문대를 설치하는 일이 좌절된 후 우리 천문학자들은 워크숍과 회의를 거듭해왔다. 그리하여 최근 지름 6.5m의 광학망원경을 멕시코와 공동으로 설치한다는 KLT(Korean Large Telescope) 계획을 대안으로 수립했다. KLT가 설치될 장소는 캘리포니아반도 중간쯤에 위치한 멕시코의 산 페드로 마티르(San Pedro Matir) 고지인데 마우나케아 못지않은 관측최적지라는 사실이 우리 천문학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대형 광학망원경을 처음부터 설계하여 만드는 일은 모험이 뒤따른다. 하지만 KLT는 이미 설치되어 운용중인 미국의 마젤란(Magellan) 천문대 6.5m 쌍망원경을 거의 복사할 계획이기 때문에 위험 부담이 거의 없고 예산이 대폭 절감된다는 장점이 있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이미 대형 광학망원경을 가지고 있는 멕시코와 미국 등이 추가로 투자해 KLT 바로 옆에 똑같은 망원경을 세운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결국 KLT는 쌍망원경이 되고 우리 지분은 저절로 50%가 되는 것이다. 망원경이 같다고 해서 연구 성과까지 같은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우리 천문학자들이 능숙한 광시야 다천체 분광 기술 등을 잘 활용하면 이미 관측 중인 8-10m 망원경이 관측하지 못하는 어두운 천체까지 볼 수 있어 세계 천문학계를 놀라게 할 수 있는 진전이 기대된다. 만일 내년에 KLT 건설이 시작된다고 해도 2012년이 되어서야 관측을 시작할 수 있고 그때까지 약 800억 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프로야구단 삼성에서 올해 FA 선수들을 싹쓸이하기 위해 투자한 돈이 150억 원이 넘는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앞으로 7-8년에 걸쳐 KLT에 투자되는 800억 원이라는 예산은 결코 과대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여러 심사과정에서 주로 ‘불요불급하다는’ 이유로 번번이 거절당한 상황을 보면 답답하기 짝이 없다. 그러한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에게는 아마 5년 뒤에도 대형 광학망원경을 세우는 일이 불요불급할 것이다. “도대체 왜 큰 망원경이 필요해요? 별을 보면 밥이 나와요 빵이 나와요?” 같이 질문하는 관계자가, 아니 국민이 더 이상 없기를 바란다. 선진국들은 돈이 남아돌아서 경쟁적으로 커다란 망원경을 세우겠는가? 국민의 일부가 굶어 죽어가는 데에도 불구하고 우주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국가들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KLT 스트레스에 잠겨 사는 필자는 어느 날 마침내 다음과 같이 호통을 치는 국회의원을 만나게 되었다. “천문연구원장, 당신은 우주를 연구한다는 사람이 왜 그렇게 쫀쫀해요, 세상에 6.5m가 뭡니까! 10m짜리 계획 세워서 다시 올려 봐요!” 하지만 깨어보니 꿈이었다. {{http://www.suinews.com/img/b[3].jpg||120||128||2||1}} 박석재(한국천문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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