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제라블’을 보고, 인간 본성에 대한 긍정이 가슴을 때린다
손남호 2013-01-09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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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을 보았다. 프랑스가 낳은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작품을 거대한 스케일의 영상 뮤지컬로 만나는 재미와 감동은 매우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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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 스피치 연구소  대표 김재일

 

합쳐서 20분정도는 울면서 보았다. 별로 감상적이지 않다고 생각해 온 내가 왠 눈물이란 말인가? 그렇게 슬픈 내용인가? 아니다. 그 때문이 아니었다.

 

인간은 누구나 바른 것을 추구하려는 본성을 지녔고, 숭고한 사랑을 소유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세상을 증오하던 무식한 전과자 장발장이 한 신부의 자비와 사랑에 감화되어 개과천선(改過遷善)한다.

 

개심(改心)한 그는 교양과 지혜, 용기와 관대함을 갖춘 사람으로서 자신의 양심에 충실하며, 사랑을 실천하는 삶의 길을 걷는다.짐승처럼 취급받는 환경 속에서 인성이 파괴된 그의 삶은 내일이 없는 막가는 인생이었다.

 

그랬던 그가 한 인간의 사랑으로 고결한 인품과 숭고한 사랑의 소유자로 거듭날 수 있다면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도, 아니 모든 인간은 어떤 계기를 만나면 그렇게 될 수 있다는 말 아닌가.

 

오래전에 읽어 소설의 스토리를 대강 알고 있을 뿐이어서 필자의 생각이 원작자가 정작 말하려는 메시지와 일치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여하간 영화를 통해 보면 빅토르 위고는 인간성에 대한 긍정, 인간에 대한 궁극적인 신뢰를 말하려고 하지 않았을까.

 

그렇다. 인간 본성에 대한 긍정, 이것이 바로 빅토르 위고의 위대한 정신이고, 이것이 불신의 세상 속에서 피폐해진 나의 가슴을 강하게 때렸던 것이다. 그것이 바로 내가 흘린 눈물의 의미가 아닐까.

 

가족이 없는 장발장에게 코제트는 인생의 전부였다. 그녀가 마리우스와 사랑에 빠지자 ‘황혼의 보석’을 빼앗길까봐 그의 마음은 격렬하게 저항한다. 하지만 그는 결국 목숨이 경각에 달한 절박한 상황 속에서 ‘나를 데려 가고, 그를 살려 달라’고 신에게 기도한다.

 

왜? 코제트를 진정으로 사랑했기 때문일 것이다.코제트와 마리우스가 결혼식을 팽개친 채 수도원으로 달려왔을 때, 장발장이 죽어가면서 부른 노래 가사에는 ‘이만하면 축복받은 인생’이란 대목이 나온다. 어떻게 그의 삶이 축복받은 인생일 것인가.

 

19년간 짐승처럼 감옥에서 살았고, 그 후에는 평생 쫓겨 다니는 신세였다. 그런 그가 ‘이만하면 축복받은 인생’이라고 한 고백은 개심한 후 자신의 양심에 충실했다는 자긍심으로 스스로를 위로한 말일 것이다.

 

필자의 생각에 그가 그렇게 고백한 더 큰 이유가 있을 같다. 그것은 단순하다. 숨을 거두기 전에 코제트를 다시 만났기 때문이 아닐까. 장발장에게 코제트는 삶의 의미 자체였기에.등장하는 인물들이 모두 다 사랑스럽다.

 

차가운 법 집행자 자베르 경감. 그는 회심 전의 사도 바울를 연상시킨다. 바울은 사울일 적에 크리스천을 잡아 죽이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고, 최고의 선으로 믿었다.

 

자베르 역시 범법자를 잡아 감옥에 처넣는 것을 자신의 사명으로 알고 사는 사람이다. 나름대로 돈독한 신앙심을 가지고 있다. 왜곡된 신앙이 얼마나 위험하고, 인간 공동체와 역사에 얼마나 큰 폐악을 끼칠 수 있는 지를 그를 통해 암시한다.

 

그는 납득할 수 없는 장발장의 자비와 사랑 앞에 자신이 믿고 살아온 가치체계에 큰 혼란을 겪는다. 법과 사랑의 충돌, 자신의 신념과 장발장의 자비 사이에서 갈등하면서 괴로워하던 그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 길을 택한다.

 

원작자는 역시 자베르의 자살을 통해 인간 본성에 대한 긍정과 법 보다 사랑의 우월성, 그리고 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 것은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코제트의 연적(戀敵) 에포린. 사기꾼 부부의 딸로 마리우스를 짝사랑하는 그녀 역시 매력적이다. 짝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죽기까지 하지만, 코제트를 향하는 마리우스의 마음을 돌이킬 수 없음을 인정하는 그녀의 모습이 아름답다.

 

영화의 스토리야 다 아는 내용이지만, 거대한 스케일의 이 영상 뮤지컬은 좌중을 압도하는 감동을 선사한다. 같은 상황 속에서 서로 다른 입장을 동시에 각각 노래하는 인물들. 그 음률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한 음악으로 통일되는 것이 압권이다.

 

휴 잭맨, 앤 헤서워이, 러셀 크로, 사이먼 프리사이드 등 이 시대의 쟁쟁한 톱스타들이 열연한다. 특히 장발장으로 나오는 휴 잭맨과 팡틴으로 나오는 앤 헤서웨이는 세계적인 미남, 미녀 배우임에도, 그들은 아름답게 보이는 것을 송두리째 포기하고, 오직 배역에 충실하는 리얼한 연기를 펼친다.

 

오랫동안 여운을 남기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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