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간 노숙해온 13세 소년(신용불량자 아버지 따라 7년째 거리생활 ) 2004-12-27 06:34 가 본문내용 확대/축소 본문 여느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과 다름없어 보이는 13살 준호(가명)는 이번 학기에만 2달 넘게 학교를 결석했다. 서울역 근처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300여 명의 노숙자 중 한 명인 준호는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를 따라 7년째 거리 생활을 해오고 있다. 누더기 옷을 걸치고 차가운 지하보도 바닥에 누워 잠을 청하다가 새벽녘 물청소 세례에 눈을 뜨는 중년·노년의 노숙자 틈에서 비교적 깨끗한 옷을 입고 있는 준호는 잠시 놀러와 시간을 보내는 인근의 어린이로도 보인다. 하지만 소년의 손에 들려있는 소주, 그리고 예사롭지 않은 그의 눈빛은 바로 그곳 지하보도가 준호의 삶의 터전임을 말해줬다. 술병을 왜 들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준호는 “아빠가 술 못 마시게 하려구요”라고 퉁명스럽게 답했다. 다행히도 소주는 자신이 마시려는 것은 아니었다. 몇몇 노숙자 쉼터와 서울역·사당역·회현역 등 여러 지하철 역, 그리고 아버지와 아들이 겨우 몸을 눕힐 수 있는 작은 쪽방을 전전하며 7년이란 세월이 지나갔다. 준호는 그렇게 성장했다. 고행 같은 삶은 준호의 아버지가 충남 천안에서 운영하던 작은 식당이 97년경 IMF 위기와 함께 도산하면서 시작됐다. 그 뒤 성공회에서 운영하는 봉천동의 노숙자 쉼터인 살림터 등 몇몇 쉼터에서 재기를 시도한 적도 여러 번이었다. 하지만 56세인 준호 아버지는 금주와 종교행사 참여라는 두 가지 내부규칙에 번번이 적응하지 못했다고 한다. 좁지만 따뜻한 쪽방에서 하룻밤을 머무를 수 있는 8000원을 버는 날은 준호에게는 행운의 날이다. “원래는 7000원 내는 곳인데 아무리 노숙을 해도 우리 아들 깨끗하게 하려고 물을 좀 많이 써. 그래서 1000원 더 내는 거야.” 그들이 종종 기거하는 서울역 앞의 대우빌딩 옆 쪽방촌에서 준호의 아버지는 말했다. 막노동을 해서 마지막으로 일당을 벌어본 것이 3년은 넘었다고 말하는 준호의 아버지는 구로와 서울역에서 구두닦이로 두 번의 재기를 노렸지만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그는 이제 가끔 구걸을 하거나 다른 노숙자들에게 돈을 얻어 노숙과 쪽방생활을 번갈아 하며 겨울을 나고 있다고 했다. 7년간의 꼬마 방랑자 신세에도 불구하고, 준호는 현재 관악구 봉천동의 한 초등학교에 재학 중이다. 준호는 6학년이다. 올 초에 좋았던 준호의 출석률이 2학기에 접어들면서 많이 나빠졌다고 준호의 담임선생은 전했다. “동명학원 이라는 복지원에 보내려고도 시도를 해봤지만 준호가 아버지와 있길 원해 그렇게 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간의 생활 때문에 노숙을 하는 게 오히려 더 편한가 봐요.” 준호의 담임은 하지만 아직 준호가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방문은 못해봤다고 실토했다. 공부는 거의 꿈꿀 수 없는 환경 탓에 거의 모든 과목이 바닥권인 준호가 두각을 나타내는 유일한 분야는 사회 한 과목. “지하철역이 조용해 질 때까지 새벽 1시고, 2시고 계속 주워온 잡지 같은 걸 읽으면 시간을 때운다고 하더군요. 그 덕에 또래 아이들에 비해 시사상식 분야는 특출 나지요. 하여간 사회 하나는 아주 잘해요.” 준호의 아버지는 한국의 약 360만 신용불량자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사업실패 뒤 카드 빚, 사채 등으로 3000여만 원의 빚이 있다. 그리고 3년간 노숙생활을 한 끝에 4년 전 사라져 버린 준호 어머니의 빚도 6000만 원이 넘는다. “내년 2월이면 준호도 졸업하고 이제 중학생인데 교복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걱정이요.”라고 준호 아버지가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서울시 위탁기관인 노숙인다시서기지원센터의 현황에 따르면 12월 말 현재 서울시내의 노숙자 수는 거리노숙자 672명을 포함하여 총 2801명에 이른다. 도움주실 분:(02)-724-2359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목록 댓글목록 이전글 또… 인터넷 동반 자살 04.12.27 다음글 작전중 순직 해군 미망인 자살 04.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