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할머니를 20년째 어머니처럼
2004-12-15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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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남구 주안동에서 20여년째 한 지붕 아래 살고 있는 이형순(李亨順·여·65)씨와 권갑순(81) 할머니. 피 한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스스럼없이 서로를 ‘어머니’와 ‘딸’이라고 부르는 이들은 서로를 만난 게 ‘복’이라고 말한다. “아이들 자라날 때 도맡아 돌봐주셨으니 제가 더 고맙죠. 친정 어머니보다 더 어머니 같이 느껴져요.”(이씨) “이 가족을 못만났으면 지금쯤 보호시설에 들어가 살고 있었겠지요. ‘내가 참 복 받았다, 복 받았구나’ 생각해요.”(권 할머니) 권 할머니를 친어머니처럼 모셔온 이씨는 남다른 효행을 인정받아 인천시민의 날인 지난 15일 안상수 시장으로부터 제26회 효행부문 인천 시민상을 받았다. 두 사람이 인연을 맺은 것은 30여년 전 수도국산 달동네에 이웃해 살 때였다. 6·25전쟁으로 두 자녀와 남편을 잃은 권 할머니는 행상을 하면서 쓸쓸히 살고 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눈까지 어두워지자 기구한 팔자를 원망하며 혼자 눈물 흘리는 날이 많았던 권 할머니에게, 한창 자라나는 이씨의 다섯 자녀를 지켜보는 일은 유일한 위안거리였다. 이런 사정을 알게 된 이씨가 함께 살 것을 제의했다. 권 할머니가 “짐이 되기 싫다”며 마다하자 이씨는 “내가 일하러 나간 사이 아이들을 돌봐주면 큰 힘이 되겠다”며 설득했다. 남편과 자녀들 역시 정든 할머니와 함께 사는 데 ‘대찬성’했다. 이런 사연으로 함께 살게 된 이들은 20여년간 희로애락을 같이 하며 한 가족과 다름없는 정을 나눠왔다. 5년전 권 할머니가 시력을 완전히 잃은 뒤에는 이씨가 할머니의 ‘손발’역할까지 했다. 그 즈음 권 할머니는 “빠듯한 살림에 얹혀 살기 미안하다”며 양로원에 들어가겠다고 고집을 부렸지만 온가족이 나서 “죽을 먹거나 밥을 굶는 한이 있어도 함께 살아야 한다”며 할머니를 말렸다. 한 이웃은 “이씨는 잔칫집에 가서도 ‘어머니’ 갖다 드릴 음식을 꼬박 챙긴다”며 “요즘 세상에 그런 사람 보기 힘들다”고 했다. 이씨는 딸 넷을 모두 출가시키고 지금은 남편, 막내아들, 권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이씨는 “형편이 어려워 호강 한 번 못 시켜 드렸는데 효행상까지 받다니 얼떨떨하다”면서 부상으로 받은 금메달을 내보였다. ‘효행상’이란 문구가 박힌 메달을 목에 걸며 이씨는 쑥스러운 듯 웃음을 터뜨렸고, 그 모습을 보지 못하는 할머니는 옆에서 흐뭇한 미소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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