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꽃잎의 조건 없는 사랑 2005-08-02 20:56 가 본문내용 확대/축소 본문 - 일요일 출사에서 산수국의 가짜 꽃잎이 초록색으로 물드는 모습을 보았다. 이 사진들을 붙여 산수국의 꽃바라기 사랑 이야기를 구성해 보았다. {{http://gginews.com/img/K00673-1.jpg||455||304||2||2}} 아직 잎이 완전히 나지 않아 제가 누군지 잘 모르겠지요? 저는 산수국입니다. 저는 여름 숲 속에서 보라색 꽃을 피웁니다. {{http://gginews.com/img/K00673-2.jpg||455||304||2||2}} 봄이 익어갈 무렵입니다. 눈에서 조심스레 꺼낸 여린 잎을 펼쳐냅니다. 뽀송뽀송한 잎이 참 예쁘지요? 보긴 좋지만 이때가 저의 짧은 삶에서 가장 위험한 시기입니다. 잎이 야들야들 연해서 곤충들이 먹기 좋거든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곤충들이 우리를 외면하길 바랄 뿐입니다. 어서 서둘러 곤충과 맞서 싸울 무기를 만들어야겠네요. {{http://gginews.com/img/K00673-3.jpg||455||304||2||2}} 잎 사이에는 앞으로 꽃이 될 녀석들이 있답니다. 저는 특이하게 눈 속에 잎과 꽃을 함께 담고 있답니다. 잎눈과 꽃눈을 따로 만드는 것보다 이렇게 한꺼번에 만드는 것이 좋더라고요. 조상 대대로 써내려온 방법인데, 언제부터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아무튼 이 방법이 다들 좋다고 하니 따를 수밖에 없지요. 달리 뾰족한 수도 없고요. {{http://gginews.com/img/K00673-4.jpg||455||304||2||2}} 여린 잎에서 열심히 에너지를 만듭니다. ‘주욱죽죽!’ 잎 사이로 꽃대를 길게 올려 꽃봉오리를 맺었습니다. 가운데 있는 수많은 알갱이들이 바로 꽃봉오리랍니다. 그렇다면 바깥에 꽃의 모양을 하고 여러분을 잔뜩 유혹하는 녀석들은 누구일까요? 바로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인 ‘산수국의 가짜 꽃잎’입니다. {{http://gginews.com/img/K00673-5.jpg||455||304||2||2}} 작은 꽃봉오리가 하나 둘 터지기 시작합니다. 얼핏 보면 가짜 잎이 꽃잎이고, 속에 있는 진짜 꽃이 암술이나 수술처럼 보이죠. 매스게임을 하듯... 저는 작은 꽃과 가짜 꽃잎을 하나로 모아 큰 꽃으로 만드는 특별한 재주가 있답니다. {{http://gginews.com/img/K00673-6.jpg||455||304||2||2}} 가짜 꽃잎 때문에 잘 보이지 않던 진짜 꽃을 자세히 한번 보실래요? 작지만 꽃잎 꽃받침을 모두 갖추고 있답니다. 제 자랑인 것 같아 뭐하긴 하지만, 정말 예쁘지요? {{http://gginews.com/img/K00673-7.jpg||455||304||2||2}} 그런데 작은 꽃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저도 잘 알고 있는 바랍니다. 저의 허전한 마음을 달래주려고 그랬을까요? 언제부턴가 진짜 꽃의 주위에는 가짜 꽃잎이 자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꽃처럼 보이기에 굳이 가짜란 말을 붙여 부르는 꽃잎은 세 장에서 다섯 장의 작은 잎이 있고 가운데에는 볼록 튀어나와 있습니다. 꼭 금방이라도 암술과 수술이 터져 나올 것 같지요? 하지만 몽우리만 져 있을 뿐입니다. {{http://gginews.com/img/K00673-8.jpg||455||304||2||2}} 가짜 꽃잎 덕분에 저의 꽃이 더욱 돋보이는 것 같습니다. 만약에 저에게 가짜 꽃잎이란 행운이 없었다면 어땠을까요? {{http://gginews.com/img/K00673-9.jpg||455||304||2||2}} 꽃들이 모두 고개를 내밀 때쯤 주위를 둘러봅니다. 옆에 있는 녀석은 게으른지 나 먼저 수정하라고 그러는지 꽃망울을 터뜨리지 않았네요. {{http://gginews.com/img/K00673-10.jpg||455||304||2||2}}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http://gginews.com/img/K00673-11.jpg||455||304||2||2}} 고개를 숙여 뒷머리를 들어 벌과 나비를 유혹해보려 합니다. {{http://gginews.com/img/K00673-12.jpg||455||304||2||2}} 제 맘을 어찌 알았는지, 등에 한 마리가 날아왔습니다. 듣자하니 가짜 꽃잎을 보고 날아왔답니다. 속에 이렇게 많은 꽃이 있는지 미처 몰랐다고 하네요. 너무나 고맙게도 우연히 찾아온 손님, 등에는 한참을 뒤적이다 날아갑니다. {{http://gginews.com/img/K00673-13.jpg||455||304||2||2}} 옆에는 꿀벌이 찾아왔습니다. 작고 예쁜 꽃들 사이를 이리저리 젖고 다닙니다. 꿀벌과 등에의 발에 밟히는 느낌이 아픕니다. 살살 좀 하지! 허나 꽃가루를 싣겠다고 약속하니 그 정도 아픔은 참아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바탕 꿀벌과 등에가 부웅소리로 시끄럽게 만들더니 어느샌가부터 발길이 뜸해집니다. 더 이상 꿀이 없기 때문이겠지요. 그러고 보니 저의 꽃가루를 실어간 것만이 아니었습니다. 다른 꽃에서 실어온 꽃가루가 암술머리를 타고 내려와 열매가 생기고 있네요. 곳곳에서 새 생명의 탄생을 말하는 울렁소리가 진동하기 시작합니다. {{http://gginews.com/img/K00673-14.jpg||455||304||2||2}} 그런데 이게 어인 일일까요? 수정이 끝나기가 무섭게 가짜 꽃잎은 꽃을 외면하기 시작합니다. 하늘로 곧추세웠던 가짜 꽃잎을 손바닥을 천천히 뒤집듯 돌리고 있네요. {{http://gginews.com/img/K00673-15.jpg||455||304||2||2}} 그 가짜 꽃잎들 결국 고개를 다 돌리고 말았습니다. {{http://gginews.com/img/K00673-16.jpg||455||304||2||2}} 궁금한 마음에 가짜 꽃잎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나를 화려하게 장식해줄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고개를 돌리니?’ 이에 가짜 꽃잎이 말합니다. ‘이제 더 이상 내가 할 일은 없으니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겠습니다.’라고요. {{http://gginews.com/img/K00673-17.jpg||455||304||2||2}} 고개를 떨군 가짜 꽃잎은 초록색으로 물들기 시작합니다. 가짜 꽃잎 본연의 모습은 바로 잎이었습니다. 앞으로 광합성을 해서 열매에게 필요한 양분을 주겠다고 합니다. 고마워서 눈물이 날 것 같습니다. {{http://gginews.com/img/K00673-18.jpg||455||304||2||2}} 이렇듯 산수국의 가짜 꽃잎은 속 안에 든 진짜 꽃잎을 위해 아무 조건 없는 사랑을 베풀고 있는 것입니다. {{http://gginews.com/img/K00673-19.jpg||455||304||2||2}} 다른 친구들을 꾸며주었던 가짜 꽃잎들도 어느새 고개를 돌리고 초록색 옷으로 갈아입었더군요. 꽃을 향한 그 마음들 다르지 않겠지요? {{http://gginews.com/img/K00673-20.jpg||455||304||2||2}}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습니다. 겨울 무렵, 튼튼하게 자란 씨들에게 저는 어서 떠나라고 재촉했습니다. {{http://gginews.com/img/K00673-21.jpg||455||304||2||2}} 그런데 옆을 보니, 가짜 꽃잎은 아직도 그 자리에서 열매를 바라보고 있더군요. {{http://gginews.com/img/K00673-22.jpg||455||304||2||2}} 이렇게나 따뜻한 눈빛을 하고서 말이지요. 내가 나와 닮은 건강한 후손을 낳을 수 있는 이유. 내가 사람들의 눈에 아름다워 보일 수 있는 이유. 그것은 바로 산수국 가짜 꽃잎의 바라기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구성 구자춘, 사진 김종기 들꽃세상에 가시면 더 많은 자연을 접할 수 있습니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목록 댓글목록 이전글 거제도에 조위관측소 신설 05.08.05 다음글 CEO를 위한 방송강좌 실시 05.07.31